[중앙일보 이영희.권혁재] 회사원 A씨, 생일을 맞은 여자친구를 위해 ‘꽃미남’ 피아니스트의 독주회 티켓을 끊었답니다. 특별한 날인 만큼 VIP석으로, 그것도 한가운데 자리를 예매하느라 돈도 꽤 썼다죠. 어깨 으쓱해서 들어갔는데 공연이 끝나고 타박만 들었다네요. “피아노 독주회 때는 왼쪽 좌석을 골라야 하는 것도 모르느냐”는 여자친구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답니다.
대학생 B씨, 주말에 모처럼 친구와 소극장 뮤지컬을 보러 갔습니다. 부지런을 떨어 1층 맨 앞줄을 차지했는데 공연 도중 객석으로 내려온 배우가 바로 옆자리에 앉은 여성 관객에게 불쑥 선물을 건네지 뭐예요. “아, 아까워. 한 칸만 옆자리로 고를걸….”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내내 속상해했다지요.
아직도 ‘비싼 자리=좋은 자리’로 알고 계시나요? 공연 내용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앞자리, 아니면 가운데만 고집하시나요? 함께 공부해 보실까요. 공연의 장르와 내용을 잘 연구하면 ‘좋은 자리’ 안에 있는 ‘더 좋은 자리’가 보입니다. 때론 가격이 싼 좌석 중에도 ‘보석 같은 명당’이 숨어 있습니다. 남들과 같은 돈을 내고 간 공연에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비밀, week&이 공개합니다.
글=이영희 기자
뮤지컬 스타와 놀려면 통로 좌석
‘좋은 자리’에는 몇 가지 당연한 원칙이 있다. 음악 공연은 음악이 잘 들리는 자리, 무용은 무용수가 잘 보이는 자리, 오페라와 뮤지컬은 배우들이 잘 보이는 동시에 노래도 잘 들리는 자리가 좋다. 다른 한편으로 ‘좋은 자리’는 취향의 문제다. 누군가는 연주자들의 표정까지 생생히 볼 수 있는 맨 앞자리를 선호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뒤로 갈수록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오가기 편하다는 이유로 통로석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고, ‘선택받은 느낌’ 때문에 박스석을 즐긴다는 이도 있다.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개인적 취향을 함께 고려해야 본인이 만족하는 자리 선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클래식음악 사이트 운영자, 무용 평론가, 뮤지컬 매니어 등 ‘요즘 공연 좀 본다’는 이들에게 공연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과연 어디인지 물었다. 각자의 개인적 취향을 배제하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장르별로 좋은 자리 고르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기사 중의 왼쪽·오른쪽은 객석에서 무대를 본 방향)
★ 이런 공연, 이런 자리
오케스트라
너무 앞자리는 좋지 않다. 특정 악기군의 소리만 두드러지게 들리거나 악기의 ‘생소리’가 거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1층 중간 이후 뒷자리가 조화로운 음색을 즐기기에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베를린 필이나 빈 필 등 세계적인 교향악단은 금관악기 · 목관악기 등 특정 파트 연주자들까지 개인 팬을 갖고 있다. 이들 특정 악기 연주자의 모습을 보고 싶을 때도 뒤쪽 좌석이 좋다. 앞쪽에서는 현악 주자들에게 가려 뒤쪽에 있는 이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 5월 내한하는 세계적인 지휘자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손놀림과 표정을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무대 뒤쪽에 있는 ‘합창석’을 노려라. ‘합창석’은 원래 무대에 오르는 합창단 멤버들을 위해 준비된 자리지만, 합창단이 등장하지 않는 특정 공연에서는 일반 관객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음악평론가 유정우씨는 “합창석은 일부 악기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 등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완벽히 즐기기에는 단점이 있지만 마치 자신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듯한 기분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주 · 실내악
상대적으로 연주 소리가 크지 않은 독주나 실내악의 경우 1층 자리가 잘 들린다.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피아노 독주회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보이느냐’에 따라 좋은 자리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갈린다. 피아니스트의 손놀림을 볼 수 있는 1층 왼쪽 앞 좌석이나 무대 뒤쪽 합창석 왼쪽 좌석의 표가 1층 중앙의 VIP석보다 먼저 팔려나간다. 이 경우 원래 C석 수준으로 책정돼 있는 합창석의 가격이 A석, S석 수준까지 치솟기도 한다. 인터넷 클래식음악 사이트 ‘슈만과 클라라’의 전상헌씨는 “피아노 공연은 손가락만 포기하면 좋은 자리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맘껏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피아노 줄을 통해 소리가 뻗어나가는 방향이 오른쪽이라 오른쪽 좌석의 음향이 더 섬세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매니어의 경우에는 손보다 화려한 페달링을 보기 위해 왼쪽 맨 앞쪽 좌석을 선호하기도 한다.
오페라
그동안 오페라 공연에서는 앞쪽 자리가 ‘비(非)인기석’이었다. 뮤지컬과는 달리 가까이서 얼굴을 확인하고픈 인기 배우가 별로 없었던 데다 앞자리에 앉으면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에 성악가의 목소리가 묻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오페라 공연에서는 무대가 한눈에 보이면서도 악단의 연주와 성악가의 노래가 조화를 이루는 2층 앞쪽 좌석이 가장 좋은 자리로 꼽힌다. 외국 영화에서 귀족들이 밀담을 나누거나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소로 애용되는 ‘박스석’도 오페라 공연의 우아한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좋은 자리다. 그러나 최근 오페라에도 인기 배우들이 등장하면서 성악가의 표정과 연기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앞쪽 자리를 고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1층 맨 앞자리는 가격도 싸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오페라 애호가인 회사원 신지애씨는 “앞자리에 앉으면 자막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페라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뮤지컬
무용
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돈키호테’를 보고 싶다면 어느 자리를 예매하는 게 좋을까. ABT의 스타 무용수 팔로마 헤레라와 앙헬 코레야의 움직임을 가까이서 느껴야 한다면 물론 앞자리다. 유형종 ‘뮤지크바움’ 대표는 “맨 앞자리에 앉으면 배우와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그대로 들려 함께 춤추고 있는 듯한 흥분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발레 공연은 위층보다는 1층에서 봐야 무용수들의 다리가 길어 보여 더 아름답다는 의견도 있다. 단 공연장에 따라 너무 앞쪽 자리는 무용수들의 발끝이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남성 무용수들의 힘있는 군무를 감상하려면 2층 맨 앞자리가 제격이다. 전문가들은 티켓가격이 비싼 발레공연에서 어쩔 수 없이 뒤쪽이나 위쪽 자리를 선택했을 경우 성능이 좋은 망원경을 갖고 가 무용수들의 독무를 가까이서 보듯 감상하는 것이 발레를 100% 즐기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영화
최근 생긴 극장들은 대부분 관객들의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도록 지어졌기 때문에 특별히 ‘나쁜 자리’라고 할 만한 좌석이 없다. 하지만 상영관마다 최적의 화면과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은 존재한다. 바로 스크린 가운데서 상영관 뒤 벽까지의 직선거리를 측정했을 때 3분의 2지점에 위치하는 좌석이다. 총 10열의 좌석이 있다면 보통 6, 7열의 중앙쯤이다. 멀티플렉스 CGV 홍보팀의 윤여진씨는 “상영관의 영상이나 사운드를 테스트할 때 시각적 · 청각적으로 가장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이 부근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CGV 용산·일산·서면·인천에 설치된 아이맥스 상영관의 경우는 앞에서 3분의 1지점이 명당이다. 화면이 시야에 꽉 차게 들어오는 것이 아이맥스 영화의 묘미이기 때문.
좋은 좌석을 먼저 선택하려면 각 극장의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재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들은 자체 사이트 내에서 손님들이 직접 좌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예매 사이트를 이용하면 좌석 선택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메가박스 홍보팀의 최정희씨는 “보통 예매 상황을 보면 중간에서 약간 뒤쪽부터 팔리기 시작해 뒤쪽 좌석이 먼저 팔려나간다”며 “앞자리의 불편을 덜기 위해 최근에는 극장들이 스크린과 좌석 사이 폭을 넓히고 발걸이를 설치하는 등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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