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추석특선<천국에서 찾은 엄마 1984>
개인취향 2010. 11. 12. 17:10 |1981년 4월 12일 일본 TBS 방송국 스페셜 애니메이션 방영
1984년 9월 10일 오후 5시~6시 25분 MBC
두자춘(杜子春) 이야기
어느 봄날 저녁, 당나라의 수도 낙양의 서문 밑에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젊은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두자춘(杜子春). 본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으나
재산을 모두 탕진해 이제는 갈곳도 오라는 데도 없었습니다.
그때 홀연히 외눈 사팔뜨기 노인이 나타나 그의 하소연을
듣고 나서 말하기를, 자네 그림자가 땅에 드리워지거든 머리에
해당하는 곳을 표시해 두었다가 한밤중에 파보라고 했습니다.
두자춘은 하룻밤새에 낙양에서 손꼽하는 부자가 되었지요.
노인의 말대로 했더니 거기서 엄청난 황금이 나왔거든요.
큰부자가 된 두자춘은 현종 황제에 못지 않을 만큼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습니다. 하늘이 낸 부자라 한들
그렇게 펑펑 써대는 데에 당해낼 재간이 있겠습니까.
결국 그는 3년만에 이전처럼 거지 신세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에 그는 다시 낙양의 서문 아래에 멍하니
서서 처량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있었지요. 그러자
예의 그 외눈 사팔뜨기 노인이 나타나 전에 그랬듯이
"너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는 게 아니겠어요.
두자춘은 제 신세 처량함을 털어놓았죠. 노인은 황금이
묻혀 있는 곳을 일러주어 두자춘은 또다시 부자가 되었죠.
그는 예전처럼 많은 친구들을 불러들여 날마다 화려한
파티를 벌이며 마음내키는 대로 돈을 쓰며 살았습니다.
어찌 되었느냐구요? 3년 후 그는 다시 알거지가 되었지요.
세 번째로 그에게 나타난 노인, 또다시 황금있는 곳을 가르쳐
주려하자 두자춘은 손사래를 치며 말하기를, "이젠 돈도 싫고
세상도 싫다. 돈이 있을 때만 친구인 척하는 인간들한테도
완전히 정나미가 떨어졌다. 당신은 분명 신선인 듯하니 나를
제자로 받아들여 부디 신선의 비법을 가르쳐달라"고 간청합니다.
'철관자'라는 이름의 신선인 그 노인은 두자춘의 청을
받아들여 그를 데리고 아미산 꼭대기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말하기를, 자기가 하늘나라에 갔다올 동안
온갖 마귀들이 나타나 너를 유혹하고 시험할 터인즉
이때 너는 단 한마디도 해서는 안된다. 천지가 개벽한다
해도 말하지 말라. 만약 한마디라도 말을 하게 되면
그 순간 신선이 되는 일은 끝이라고 경고하고 떠납니다.
무시무시한 것들이 차례로 나타나 두자춘을 시험합니다.
그는 천둥 번개 치는 가운데 끔찍한 벼락도 맞습니다.
마침내 장수귀신이 나타나 그를 삼지창으로 찔러 죽였습니다.
두자춘의 혼은 몸뚱이를 빠져나와 염라대왕 앞에 왔지요.
너는 무엇 때문에 아미산 위에 앉아 있었느냐?
염라대왕의 목소리는 천둥소리처럼 울렸지만 두자춘은
그저 고개를 떨군 채로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었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은 그는 지옥으로 보내졌지요.
칼의산, 피의못, 초열지옥, 극한지옥..
그는 칼에 찔리고 불에 그을리고 혀를 뽑히고
살갗이 벗겨지고 쇠공이에 찧기고 기름에 튀겨지고
독사에게 빨아먹히고 눈알을 파먹히고...
이래도 두자춘은 이를 악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쯤되자 도깨비들도 그의 인내심에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이를 본 염라대왕은 축생도에 빠진 그의 부모를
데려오게 했습니다. 두자춘 앞에 끌려온 두 마리의 짐승.
두자춘은 깜짝 놀랐습니다. 비록 그 모습은 깡마르고 볼품 없는
말(馬)이었으나 꿈에서도 잊지 못할 부모님의 얼굴이었습니다.
묻는 말에 대답을 않자 화가 난 염라대왕은 두자춘의 면전에서
쇠채찍으로 두 마리의 말을 사정없이 때리도록 명령했습니다.
"네 이놈, 이래도 대답을 안해? 이래두?"
끊임없이 모진 채찍질을 당한 두 마리의 말들은 살이 터지고
피가 흐르고 뼈가 으스러지고 곧 숨이 끊어질 듯 쓰러져버렸습니다.
두자춘은 눈을 감고 온힘을 다해, 정말이지 필사적으로 그 상황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두자춘의 귀에 목소리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가느다란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얘 아가, 괜찮다. 걱정 말아라. 우리야 어떻게 되든
너만 행복해진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니. 염라대왕이 뭐라
하시든 네가 말하기 싫거든 하지 말고 그냥 있으려무나."
그 목소리는 그립고도 익숙한 어머니였습니다.
두자춘은 눈을 떴습니다. 말 한 마리가 힘없이 쓰러져 죽어가면서
슬프디 슬픈 눈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두자춘은 잊었습니다. 결코 목소리를 흘려서는
안 된다는 철관자의 명령. 방금 전까지 어렵게, 어렵게,
그러나 거의 성공적으로 지켜온 그 경고. 그는 구르듯이
뛰어가 양팔로 반죽음이 된 말의 목을 끌어안고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어머니!" 하고 외마디소리를 질렀습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두자춘은 저녁노을이
가득한 낙양의 서문 밑에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엔 하얀 초승달, 거리엔 수많은 마차와 행인들의 물결...
이 모든 것이 그가 아직 아미산으로 가기 전과 같았습니다.
두자춘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노인의 손을 잡으며 말합니다.
"아무리 신선이 된다 한들 저는 지옥의 삼라전 앞에서
채찍질을 당하는 부모를 보고 잠자코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지요.
"만약 네가 그때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라도 네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노인은 이제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 말하고
얼마쯤 가다가 문득 뒤돌아서서 두자춘에게 이르지요.
"오, 이제 막 생각났는데 나에게는 태산 남쪽 기슭에
집 한 채와 밭뙈기가 있나니 그것들을 네게 주겠노라.
부자가 되는 것은 진작에 넌더리가 났고, 신선이 되고자
하는 소망도 지니고 있지 않은 너.. 지금쯤 복숭아꽃이
만발해 한창 보기 좋으리니 어서 가서 살도록 해라."
출처-http://blog.naver.com/frog530?Redirect=Log&logNo=40018929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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