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신화 통해 한국 사회상 그려… '만화 종주국' 日도 반했죠"
'한국의 저승' 일본에 수출된다.



원작 지명·배경 등 그대로 사용… 한국 정서 담은 '문화수출' 평가
국내서 단행본으로 3만부 판매… 영화화 작업도 준비중'겹경사'
얼떨결에 만화가 길 들어섰지만 그림 꾸준히 그려 명작 만들고파


음주로 인한 간질환으로 사망한 김자홍 씨.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일만 하다 40대에 사망한 그는 우리 주변에 한 명쯤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다. 저승에 간 그는 7명의 저승 시왕에게 재판을 받는다. 살아있을 때 지은 죄와 공을 평가해 칼로 이루어진 산에 있는 도산지옥, 펄펄 끓는 무쇠 솥에 빠지는 화탕지옥, 얼음 감옥에 갇히는 한빙지옥, 잎사귀가 칼인 숲 속에 있는 검수지옥, 혀를 벌하는 발설지옥, 독사가 있는 독사지옥, 거대한 톱이 몸을 찢는 거해지옥을 지나며 지옥에 떨어질지, 극락으로 갈지 결정된다.

‘한국의 저승’이 일본에 수출된다. 한국 전통 저승 신화를 바탕으로 한 웹툰(webtoonㆍ인터넷 연재 만화) ‘신과 함께’가 일본 만화 잡지 ‘영간간’에 판권이 팔려 리메이크된다. 지난 해 1월부터 9개월간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돼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오는 12월부터 ‘영간간’에 약 3년간 연재될 예정이다. 국내 출판 만화 시장의 70%가 일본 수입 만화인 상황에서 ‘만화 종주국’일본에 리메이크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번 리메이크는 원작의 지명과 배경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문화 수출’로 평가받을만하다. 국내에서는 ‘미녀를 괴로워’를 만든 영화사 리얼라이즈픽쳐스에서 2013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장편 작품 활동 3편 만에 영화화와 해외 수출이라는 겹경사를 맞은 웹툰 작가 주호민(31ㆍ사진) 씨를 경기도 파주의 자택에서 만났다.

5년 전부터 민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그는 “얼마 전엔 한 중년 아주머니께서도 내 얼굴을 알아보더라”며 “마침 어머니와 장을 보는 중이어서 어머니께서 자랑스러워하셨다”고 수줍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과 함께’는 한국 전통신화를 소재로 현대 한국 사회를 표현다. 과도한 음주로 남들보다 일찍 이승을 하직한 중년 남성, 군대에서 의문사를 당한 청년 등 한국 사회의 특성을 바탕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작품에 공감해 울고 웃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국인으로서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죄책감을 건드려보고 싶었다”는 그는 “작가는 울고 독자는 안 울면 최악인데 작가는 안 울고 독자는 우는 건 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은 저승이 ‘근대화’됐다는 설정 아래 탄생해 곳곳에 유머러스한 패러디가 이어진다. 이승에 지하철, 교통체증, 잡상인 등이 등장하고 커피숍 메이커를 패러디한 ‘헬 벅스(hellbucks)’, 저승 소식을 전하는 ‘저승 타임즈’ 등이 웃음을 자극한다.

그가 한국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을 그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편 데뷔작인 ‘짬’에서는 군대 시절 이야기를 그려 독자들 사이에 ‘짬을 보고 군대가야 제대로 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회자됐고, 이후 그린 ‘무한동력’에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춘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았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사람은 사회적으로 맞물려 살아가는 존재이니 사회성 있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되네요.”

그래서 일본에서 리메이크 제의가 들어왔을 때 처음엔 의아했다고 한다. 워낙 한국적인 색채가 담겨 있어 일본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사실 일본인은 효의 개념도 우리와 달리 약하고 징병제가 없으니 군대 의문사도 이해하지 못할 거 같았죠. 게다가 ‘리메이크’를 하겠다길래 지나치게 현지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고요.”

작품을 그대로 번역해서 수출하는 게 아니라 원작을 일본식으로 리메이크하겠다는 일본측제안에 그는 몇가지 조건을 걸었다. 한국의 신, 등장인물의 이름과 지명 등을 그대로 써 달라고 한 것. 일본 버전에서는 잡지에 어울리게 그림체와 연출만 바뀐 채 한국 작품의 정서를 그대로 수출하게 됐다.

“나중에 단행본으로 출간되거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될 경우 그에 대한 러닝 개런티도 받기로 계약했어요.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돼 한국으로 역수출되면 정말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작품은 지난 해 말 국내에서도 단행본(3권)으로 출간됐다. 웹툰 만화가 단행본 출간될 경우 초판 3,000부 이상 찍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신과 함께’는 6쇄까지 출간, 3만부 가량이 팔렸다. 웹툰 만화 단행본이 3만부 팔린 것은 출판계에서‘초대박’으로 평가된다.

‘신과 함께’는 이번에 수출된 ‘저승편’ 외에 전통 가택신이 등장하는 ‘이승편’과 ‘신화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에서 ‘이승편’의 연재는 지난 9월 끝났고 ‘신화편’은 내년에 연재가 시작된다.

작품을 시작할 때 이 같은 계획을 모두 세웠다는 그는 예상 외로 계획이 철저한 사람은 아니었다. 원래 만화가가 되려는 생각도 없었고 취미로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

“부모님 모두 미대를 나오셨어요. 제가 열살 때 아버지가 쉰 살 때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만 그리겠다고 선언하시는 바람에 어머니가 동네 아이들을 모아 그림 가르치는 일을 오래하셨죠. 늘 그림을 접하면서 자랐죠.”

취미로 만화를 그리긴 했지만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재수에 실패하자 당시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기던 애니메이션학과에 눈을 돌리게 됐다.

“재수에 실패하고 삼수에 자신이 없을 때 어머니가 애니메이션학과를 권하셨어요. 전문대에 구색맞추기 식으로 애니메이션 학과가 생기던 때라 학교엔 그림을 제대로 그리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없더라고요. 게다가 군 제대 후 학교에 돌아오니 학과가 없어졌어요.”

학과가 없어지는 바람에 학교를 그만둔 그의 포털 사이트의 웹툰 코너가 눈에 띄었다. 여기에 올린 첫 번 째 만화 ‘짬’이 인기를 얻으면서 전업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얼떨결에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작품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요즘은 보통 스크롤(칸이 구별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로 연출하는데 저는 칸을 나눠요. 칸과 칸 사이를 독자들이 상상력으로 채운다고 생각하니까요.”

앞으로 그의 목표는 단순명료했다.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아버지 말씀이 위대한 화가들도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은 10분의 1도 안되고 야구선수도 3할 치면 좋은 타자라고 하시더라고요. 전부 다 잘 할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하다 보면 명작도 나올 것이고 망작도 나오겠죠. 꾸준히 그리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출처-http://economy.hankooki.com/lpage/entv/201111/e2011110310451711814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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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H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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